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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렌터카 시승기

작은 말리부로 거듭난 쉐블람의 아이돌 - 쉐보레 크루즈 시승기

한국지엠이 2월 8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지난 1월 출시된 자사의 완전신형 준중형세단, `크루즈`의 시승행사를 가졌다. 신형 쉐보레 크루즈는 쉐보레의 새로운 디자인언어를 입은 스타일링과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새로운 가솔린 터보 파워트레인으로 무장,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의 문들 다시금 두드린다. 미디어 시승행사를 통해 경험한 신형 크루즈를 매력을 살펴본다.



새로운 크루즈의 외관은 쉐보레의 새로운 디자인언어가 적용되어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초대 크루즈(J300)과는 첫 인상부터가 완전히 다르며, 디자인 상의 접점도 희박하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동사의 중형세단 `말리부`와 비슷한 분위기가 강하다. 쉐보레의 새로운 시그너처 스타일이 적용된 헤드램프와 듀얼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말리부와의 접점을 감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하단을 가로지르는 공기흡입구 형상으로 강인하고 남성적인 인상을 강조한다.




측면 시점에서는 전반적으로 차체 형상이 삼각형 내지는 그린하우스 형상을 이루고 잇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과거 현대 아반떼(MD)나 혼다 시빅(8~9세대) 등이 시도한 바 있는 극단적인 캡 포워드 스타일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 측면의 숄더 라인과 캐릭터 라인은 말리부의 것에서 착안한 듯한 모습이다. 날카롭고 유연하게 꺾여 들어가는 엣지와 볼륨감 있는 곡률이 말리부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뒷모습은 최근 출시되고 있는 쉐보레 모델들의 디자인을 대부분 따르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말리부의 후면을 축소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테일램프의 디자인부터 뒷유리 상단 보조제동등 주변의 형상에서 말리부와의 접점을 감지할 수 있다.



실내는 임팔라, 말리부에 이어, 쉐보레의 새로운 스타일을 준중형 세단의 스케일에 맞게 재구성한 느낌이다. 대시보드의 형상에서부터 센터페시아, 계기판, 가죽 마감의 적용 범위에 이르기까지, 윗급 차종을 쏙 빼 닮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가죽 마감 외에는 크롬장식과 고광택 블랙 페인팅을 사용하는데, 이는 소비자에 따라서 호오가 다소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차내 수납공간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점이 다소 아쉽다.



우수한 그립감을 제공하는 스포티한 디자인의 스티어링휠은 말리부의 것과 같다. 스티어링휠 좌우의 버튼 구성 역시 말리부의 것과 거의 같다. 시승한 크루즈는 쉐보레 마이링크와 함께, 애플 카플레이, 스마트폰 무선충전 등을 지원하며, BOSE 사의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앞좌석은 비교적 무난한 정도의 착좌감을 보인다. 그러나 최상위 모델의 풀옵션 사양인데도 허리받침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은 운전석에만 적용되어 있다.




뒷좌석은 시트포지션이 높은 편이다. 착좌감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공간 설계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다리 공간은 충분한 편이지만, 높은 시트포지션 때문에 머리 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여기에 시승차와 같이 선루프까지 추가된 경우, 체격이 큰 남성들은 천정에 머리가 닿기도 하며, 답답함을 호소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무난한 편.



새로운 크루즈는 새롭게 개발된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주력으로 삼는다. 이 엔진은 가변밸브타이밍 기구를 적용한 직렬4기통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동사의 트랙스나 아베오, 혹은 선대 크루즈에 탑재된 것과는 다른, 말리부 1.5 터보 모델과 같은 계열인 SGE 계열 엔진이다. 가변유량 오일펌프와 수랭식 일체형 배기 매니폴드 등을 채용하고 있으며, 알루미늄 소재를 대폭 적용하여 중량을 절감했다. 변속기는 말리부 1.5 터보 모델과 같은 6T35 변속기를 사용한다.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파워트레인 등으로 무장한 크루즈는 그 정숙성이 인상적이다. 특히, 파워트레인에서 오는 소음과 진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점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아이들링에서는 조용하며, 주행 중에는 4기통 엔진으로서는 제법 매끄러운 회전질감과 부드러운 소음 특성 덕분에 시승 내내 운전자의 신경을 거스르는 일이 없다.



승차감은 부드러우면서도 은연중에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이 숨어 있는 최근 쉐보레 모델들의 승차감과 맥락을 같이 한다. 탄탄한 승차감으로 유럽식 감성을 주장했던 선대 크루즈와는 완전히 딴판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전반적으로 안락함에 초점이 맞춰진 미국적인 승차감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뒷좌석에서는 다소 튀는 느낌이 있다.



킥다운 버튼이 장비된 가속페달을 끝까지 눌러 밟으면 잠깐 동안 여유를 부리다가 미끄러지듯 전진을 시작한다. 가속감은 힘차고 정력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먼, 진득하고 나긋나긋한 느낌이다. 고속 주행 중의 직진 안정감이 예사롭지 않다. 엔진보다는 변속기가 여유를 부리는 편이라 엔진의 출력을 알차게 앞바퀴로 전개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대신 이 덕분에 변속과정은 아주 부드럽게 진행된다. 일상적인 운행에서 변속 충격 등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하지만 이 변속기의 가장 큰 존재 의의는 그동안 쉐보레 모델들에 지겹도록 따라 다녔던 토글시프트가 드디어 사라졌다는 점이다. 변속기 패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신형 크루즈의 수동 모드는 일반적인 시퀀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더 이상 어정쩡한 자세와 손 모양으로 기묘한 위치에 자리한 버튼을 찾아 누르는 기행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코너링에서는 무엇보다도 R-EPS 스티어링의 조종 질감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다.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으로서는 무난하고 자연스러운 감각을 구현해 놓았다. 한국지엠 측에서도 이 점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을 정도. 부드럽고 이질감이 적은 조작감은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에 익숙했던 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의 의도에 제깍제깍 반응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적당히 보조를 맞춰주는 느낌이다.


코너를 헤쳐나가는 감각적인 면에서는 유럽식 감성을 부르짖던 선대와는 다르다. 한층 미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선대 크루즈의 감각에 비하면 조종 및 차체의 움직임 전반이 한 단계 이상 더 느슨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하체 덕에 롤을 다소 허용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불안할 정도로 차체가 휘청거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조종 감각이기는 하지만, 대책 없이 느슨한 느낌도 아니다. 차체가 꽤나 탄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급격한 코너링 구간에서의 안정성보다는 직진 안정성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한 체급 위의 중형세단과 유사한 감각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크루즈는 쉐보레 팬보이들의 아이돌이었던 선대 크루즈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바뀌지 않은 것은 이름뿐`이라는 사어 수준의 표현이 잘 맞아 떨어진다. 선대 크루즈가 종래의 국산차와는 사뭇 다른 주행질감이 핵심이었다면, 새로운 크루즈는 부족함 없는 동력성능과 정숙하고 편안하며 자연스러운 주행질감이 핵심이다.



새로운 크루즈의 강인하고 남성적인 인상의 디자인, 일상을 위한 준중형 세단으로서 나쁘지 않은 기본기와 안락함, 그리고 시승하는 내내 손과 발, 허리 등을 통해 들어 왔던 모든 감각에서 기자는 문득 동사의 중형 세단, 말리부를 떠올리게 된다. 디자인에서 전달되는 유사성은 물론, 주행 질감 면에서도 새로운 크루즈는 `작은 말리부`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실내의 공간설계와 동급 대비 부족한 편의사양, 시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높게 책정된 가격 등은, 새로운 크루즈의 앞길을 방해할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연스러운 주행질감은 현대차나 기아차의 준중형에서는 맛볼 수 없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충실한 패키징이나 편의장비 보다 자동차의 주행에 대한 부분을 더욱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있어서 크루즈는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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