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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렌터카 시승기

수입차 부럽지 않아, 기아 스팅어 시승기

국내에 제대로 된 스포츠 세단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번에 떠오르는 모델이 없다. 디자인과 성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음 보다는 시장이 작은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현실의 결과이다.


그래서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반 세단 모델에 출력을 보다 높여 스포츠 세단의 역할을 대신해 왔다. 쏘나타 2.0 터보나 터보를 얹은 말리부 모델 등에서 그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우디의 A7, 메르세데스-벤츠 CLS 클래스, 렉서스 GS, BMW 그란쿠페 등이 스포트백의 디자인에 고출력의 성능으로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명맥을 잇는 수입브랜드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도 이와 견줄만한 이단아가 출생했다. 지난 5월에 출시된 기아의 스팅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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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는 2011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컨셉트카 GT의 양산형 모델이다. 차명인 스팅어(Stinger)는 ‘찌르는, 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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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컨셉트카 GT보다 더욱 세련되게 정제된 느낌이 강하다. 필요 없는 불순물은 모두 제거한 뒤, 몸매를 더욱 날씬하게 가다듬었다. 다운 포스 디자인을 뽐낼 만한 낮은 전고로 지면과 밀착한 느낌은 날쌘 맹수와도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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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모습은 역동적인 표현이 한가득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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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코 그릴을 비롯해 그릴 밑의 크롬 라인을 적용한 에어 인테이크와 헤드램프 밑, 세로 형태의 에어 인테이크가 짜임새 높은 일체감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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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봉긋하게 살짝 들어 올린 긴 보닛의 선은 아치 형태로 그려 수려한 미를 제공한다. 보닛의 중앙은 2개의 선과 함께 살짝 눌러 입체적인 효과를, 그 위로는 장식용 에어 인테이크를 두어 생동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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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비행기 날개 모양을 한 주간주행등과 9개의 크리스털 방향지시등을 포함한 헤드램프는 날렵한 느낌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옆모습은 호랑이코 그릴부터 트렁크 도어까지 단숨에 힘있게 써 내려간 일필휘치처럼 당차고 힘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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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오버행을 가진 앞바퀴는 당장이라도 지면을 박차고 돌진하는 듯하다. 매서운 눈매를 가진 헤드램프는 사나운 공격성을 더욱 크게 한다. 맹수의 콧등을 연상하게 하는 보닛은 그 힘찬 기세를 지붕선과 어깨선에 고스란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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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선은 날렵한 쿠페와도 같다. B필러부터 트렁크까지 완만한 경사를 유지하며 뻗어 간다. 곧게 이어진 어깨 선은 탄탄한 근육을 떠올리게 하고, C필러를 포함한 뒤범퍼까지는 에너지가 응축된 표범의 뒷다리처럼 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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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바퀴 휠하우스 좌측으로는 크롬으로 장식한 에어로 펜더 가니시가 위치한다. 에어로 펜더 가니시의 연장선은 마치 바람의 흔적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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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앞모습과 옆모습의 맥과 흐름을 같이 한다. 거센 파도가 몰아치듯 거친 역동성이 뒷모습에서 갈무리되지 않고 넘치는 힘이 고스란히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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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다운 포스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와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스포일러와 유광 블랙 하이그로시로 디자인된 디퓨져가 세찬 바람을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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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트윈 머플러와 세련된 리어 램프는 스포츠 세단의 조형미에 적합한 구조를 가진다. 앞모습과는 달리 기아차임을 상징하는 로고나 심벌이 없어 고급 수입 세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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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상 스팅어의 길이 X 너비 X 높이는 4,830 X 1,870 X 1,400mm다. 휠베이스는 2,905mm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현대차의 제네시스 G70과 비교하면 길이는 145mm 길고, 너비는 20mm 넓다. 휠베이스는 G70의 2,835mm보다 70mm길어 상대적으로 보다 편안한 승차 공간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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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줏빛 시트가 배열된 내부는 한눈에도 고급스럽고 세련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일신된 모습니다. 센터페시아만 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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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팅 타입의 디스플레이는 독립적인 위치에 우뚝 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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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엔진을 형상화한 3개의 송풍구는 바로 밑에 위치해 고전적인 멋을 풍긴다. 송풍구 밑으로는 멀티미디어 및 냉난방 조작부는 차례대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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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의 크기나 버튼에 새겨진 텍스트의 크기가 모두 적당해, 처음 탑승해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변속 레버와 플로어 콘솔은 반광 크롬 소재로 치장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조작 빈도가 잦은 주행 모드와 열선 및 통풍, 주차 관련한 버튼들도 같은 공간에 배치했다. 변속 레버는 길이가 생각보다 짧아 조작이 불편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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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최고급 나파 가죽을 소재로 사용했다. 앉는 위치의 상하/전후, 옆구리 지지대와 허리 지지대를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강력한 주행에도 안정적으로 몸을 견고하게 지탱해 줄 수 있는 버킷 시트 구조다. 푹신함 보다는 다소 단단한 편에 가까워 고속 주행에도 안정감이 높은 특징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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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클러스터에는 7인치 컬러 TFT LCD 패널이 적용되어, 다양한 자동차 상태와 기능 관련 정보를 인지할 수 있다. D컷 스티어링 휠은 손에 감기는 촉감과 조작 편의성이 높아 스포티한 주행에 최적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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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0보다 긴 휠베이스를 확보한 덕분에 넓은 탑승 공간을 확보했다고는 했지만, 스포츠 세단의 특징을 강조한 디자인 때문에 머리 공간은 부족한 편이다. 운전석의 경우, 신장이 176cm인 기자가 시트 위치를 최대로 낮춰 앉아도 머리 공간이 부족했다. 뒷좌석의 경우, 무릎 공간은 여유가 있었지만 앞 좌석과 마찬가지로 머리 공간은 부족했다.


트렁크 공간은 6:4 분할 시트 덕분에 적재 물건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한 구조다. 기본적으로는 406리터가 제공된다. 골프백 2개와 보스톤 4개의 적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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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3.3 터보 가솔린, 2.0 터보 가솔린, 2.2 디젤 등으로 나뉜다. 시승차인 V6 3.3ℓ 트윈 터보 가솔린엔진에 2세대 후륜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f·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에서 100km/h까지 도달시간은 4.9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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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강성 강화를 위해 구조용 접착제 173m 및 고성능 차량에 필수인 스트럿바 적용으로 고속 주행 및 와인딩 구간에서의 좌우 흔들림과 비틀림을 최소화했다. 또한, 충돌 시 충돌 하중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멀티 패스 구조를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공차 중량은 1,785k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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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가 많은 차였기에,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최고출력 370마력의 3.3ℓ 가솔린엔진을 단 스팅어가 어떤 성능을 발휘할지 내심 기대가 컸다.


일단 운전석에 앉았다. 낮은 시트 포지션은 운전자의 몸을 지면에 가깝고, 그리고 단단히 고정해준다. 시동을 걸면 묵직한 엔진 사운드가 귓가를 때리며 실내로 유입된다. 그리고 가속 페달로 발을 옮겨 밟으면 경쾌한 탭 댄서의 발놀림처럼 재빠르게 반응한다. 런치 컨트롤 기능을 사용하면 더욱 짜릿한 출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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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반응은 쉼 없이 운전자의 가속을 채근하게 한다. 최고속도의 영역이 아니라면, 운전자가 원하는 일정 속도까지 단번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충실한 능력을 보인다. 동시에 낮은 무게 중심과 차체 전후 중량 균등 배분 설계를 통해 안정감 넘치는 자세를 유지한다.


조향장치는 R-MDPS(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가 기본으로 장착되며, 특히 시승차인 3.3 터보 GT AWD 모델의 경우에는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장치(M-LSD, Limited Slip Differential)’가 적용되어, 다양한 조건의 도로에서 안정적인 조작 및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와인딩 구간에서 이러한 능력은 충분히 발휘됐다. 좌우로 굽은 연속되는 코너 구간에서 스팅어는, 특히 3.3 트윈 터보 GT AWD 모델은 기아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납작하게 도로에 붙어 자신의 능력을 자신 있게 선보였다. 저중심 및 안정감 넘치는 단단한 하체를 바탕으로 엔진룸의 무게 중심에 최적화된 전륜 서스펜션과 후륜 멀티 5링크 서스펜션, 그리고 직접적으로 운전자의 몸을 지탱하는 버킷 시트에 이르기까지 타고난 실력으로 주행을 재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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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주행에는 제동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보통 스포츠 세단의 제동력은 고속에서 가볍게 밀리면서 듬직하게 서는 성질을 가졌다. 고속에서 제동하자마자 바로 반응해 서면 차체가 중심을 잃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팅어는 스포츠 세단의 제동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브렘보사의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했다.  


정숙성도 매우 뛰어났다. 주행 중 발생하는 노면이나 바람으로부터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또한, 렉시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15개의 스피커를 통해 고해상도의 사운드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연비는 도심에서는 5.5km/l, 고속도로에서는 100km/h 정속 주행 시 11.6km/l 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세이프티 파워 트렁크, 어라운드 뷰 모니터, 운전석 전동식 익스텐션 시트, 스마트 내비게이션, 통풍 및 열선 시트, 3존 독립제어 에어컨 등의 편의 사양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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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몇 개 있다. 먼저 머리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 주행 중, 전면 창의 선바이저를 이용하려면 고개를 조수석 방향으로 기울이고 펼쳐야 할 정도다. 뒷좌석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이라는 이슈에 밀려 머리 공간이 손해를 본 셈이다. 참고로 기자의 키는 176cm다.


다음은 엔진 사운드다. 5가지의 주행 모드에 따라 인공 사운드를 실내로 유입한다고 하는데 밋밋하기 그지없다. 주행 모드 설정 후, 출발 시에만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주행 중에는 별차이를 느낄 수 없다.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모델의 특성상, 좀더 강렬한 사운드로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람의 신체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짧은 기어 변속 레버는 사용이 불편했다. 길이를 조금만 더 길게 하든지, 아니면 센터 콘솔의 높이를 조금 더 높여주면 좋을 것 같다.


패들시프트의 조작 느낌도 빼놓을 수 없다. 조작이 매우 이질적이다. 툭 툭 치면 변속이 되는 일반적인 감성과 다르게 지그시 누르는 쪽에 가까운 조작 느낌이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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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는 기아차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차다. 확실히 그렇다.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총괄 사장이 스팅어를 극찬한 이유가 있었다. 아마도 기아차에 대한 평가는 스팅어 이전과 이후로 나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스팅어는 기아차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시승차인 3.3 터보 GT AWD의 판매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4,880만원이다.


사진. 김재민 기자, 기아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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